내 인생 최초의 모드 트래커 - 테트라 콤포지터 (Tetra Compositor)

내 인생 최초의 모드 트래커 - 테트라 콤포지터 (Tetra Compositor)

 

1987년 애드립(Ad Lib, Inc)사는 애드립 뮤직 신디사이저 카드(Ad Lib Music Synthesize Card)를 제작한다. 이 카드는 일본 야마하(Yamaha)사의 YM3812 사운드 칩을 사용해서 9채널의 사운드를 표현할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IBM 호환 PC의 최초의 애드온 사운드 카드로 사실상의 표준(the first de facto standard)이 되었고, 그 성공의 결과 대부분의 컴퓨터 게임들이 애드립을 지원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94년 즈음에 사운드 카드를 샀던 기억이 난다. 286AT 컴퓨터와 하드 20MB의 컴퓨터에서 게임을 하는데 사운드가 들리지 않는 것이 너무나 참을 수 없었다. PC스피커로도 4중 화음 PCM 출력이 가능했지만 그렇게 음악을 멋지게 만들어 주는 회사를 별로 없었다.

당시 중딩이던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요구르트와 신문 배달을 2달 했다. 하청에 하청에 하청에 하청(...)이었던 나는 각 아르바이트당 한달 1.5만원 정도를 벌었다. 그래서 6만원을 들고 노원구 상계동의 PC 판매점에 가서 주인 아저씨에게 사운드 카드 주세요!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사운드 블라스터와 옥소리도 보여주었지만, 돈이 모자랐기에, 아저씨 5만원 이하로 살 수 있는 것 없나요? 물어서 애드립 호환 사운드 카드를 사게 되었다. 생긴건 아래의 애드립 카드와 비슷하지만 애드립 사의 로고가 없었다. 내가 산 제품은 모양은 비슷했지만 애드립은 아니었다. 아쉽게도 정확한 이름을 기억하진 못한다.

사운드 카드와 함께 들어있던 3.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는 테트라(Tetra Compositor)라는 프로그램이 함께 들어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애드립 사운드 카드를 사고 비주얼 컴포저(Visual Composer)를 썼어야 했지만 내 인생... 약간 꼬인 인생이라 테트라, 바로 모드 트래커로 컴퓨터 음악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본 테트라 콤포지터의 화면은 정말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에야 익숙한 트래커의 포맷이지만 당시엔 정말 거의 1년 정도 적응 기간을 거쳤다. 그 적응 기간 동안 게임도 열심히 했다. 한번 클리어 했던 게임들 음악을 듣기 위해 또 클리어를 했었다. ㅠ.ㅠ... 

그런데 테트라 콤포지터는 PC 스피커도 지원했었기 때문에 사운드 카드를 살 필요가 없었다. PC 스피커로 들은 데모곡은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멋졌다. 아무튼 당시에 만들었던 음악들을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에 저장한 후 군대를 다녀오니 오류로 읽어지지가 않아서 한방에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아직도 가끔은 귓속에서 그 음악들이 맴돈다. 다시 듣고 싶지만 이젠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