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를 다녔다(1) : 북미 게임 개발자들이 계속해서 정리해고 당하는 이유를 읽었다.

"게임회사를 다녔다"라는 제목으로 과거의 일기들을 꺼내보기로 했다.

원 블로그는 네이버에 있고, 내가 썼던 일기들은 모두 비공개로 되어 있다.

그걸 다시 네이버로 꺼내기는 싫어서 티스토리에 올려보기로 했다.

 

게임회사를 다녔다(1)

북미 게임 개발자들이 계속해서 정리해고 당하는 이유를 읽었다.

 

'[펌] (북미) 게임 개발자들이 계속해서 정리해고 당하는 이유'

5년 전 글인데 다시 읽어보았다.

게임 업계에서, 정리해고는 둘 중 하나의 경우에 찾아온다. A) 프로젝트가 끝난 경우 B) 프로젝트가 취소된 경우. B는 최소한 논리적으로 맞는 것처럼 보이기나 한다: 회사가 게임을 만들 돈이 없다면, 그 게임을 작업 중이던 이들에게 급료를 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 개발이 종료되었고 모두가 축하해야 할 때조차 왜 많은 스튜디오들이 정리해고를 하는 것일까? 

개발자들에 따르면 거대예산 게임 개발이 포화상태인 것이 문제이다. 판매를 극대화하려면 퍼블리셔는 때로 게임의 출시일을 빡빡하게 잡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마감을 지켜 일정대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개발 스튜디오는 때로 가능한한 많은 인원들을 고용한다. 일단 게임이 마무리되고 나면, 스튜디오는 자신들이 유지 가능한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을 뽑았음을 깨닫게 된다. 

여러 메이저 퍼블리셔에서 일했던 누군가는 "콘솔 업계에서는 매 해가 크리스마스 시즌 또는 다른 출시일을 위한 전쟁터죠."라고 말했다. "일정을 준수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인만큼, 이를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 언제나 과다고용이 일어나요."

위 글은 게임코디에 올라온 글이고, 장문의 원문은 GDF에 아카이빙되어 있다.

 

요즘도 해외 대형 개발사들의 Lay off 소식을 들으면 "아 그렇구나"라고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내 마음에 너무 양념을 친것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니, 진짜다!

그냥 외국인 개발자가 일하는 거 보면 정말 쓰고 버려지기 좋게 일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자기 범위까지만 일하고, 그 외 문제는 나몰라라 하는거.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진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오, 이 녀석들, 프로젝트 전체를 보는 눈이 없나?"라는 느낌을 받아 버린다.

그냥 자신이 그 프로젝트 내에서 빛날 수 있는 부분만 챙긴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쉽게 할 수 있고, 잘하는 부분만 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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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도 챙기지 않는 영역, 누구도 신경쓰지 않거나,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영역을 걱정하는 것이 프로젝트에 대한 진정한 헌신이 아닐까 싶다.

그건 내가 어릴 때부터 권한도 없으면서 팀 리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그 일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내가 왜 대신 욕을 쳐먹고 있지?'라는 회의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물론 요즘 젊은 사람들은 '희생정신 같은 소리 하고 자빠지네'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게 그렇게 그런게 아니라, 단순히 나서고 싶어서 하는 팀리드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PD혹은 PM의 지시가 틀릴 때 "이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고, 따지고 방향을 정하는 일을 하고.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같은 작업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고 싶어서 방향을 틀려고 할 때, "그렇게 틀어버리면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과 맞지 않게 됩니다"라고 말하고, 설득하는 일을 하고.

그래서 20년 전, 나와 함께 일했던 PM이 "넌 프로그래머보다 기획자가 어울린다"라고 말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된 기획자이건만, 지금은 후회한다. 프로그래머를 했어야 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획자는 아무리 잘 해봤자, "모세" 정도가 한계다.

모세가 손을 하늘로 뻗으면 모세의 힘으로 비바람이 불고, 바다가 갈라지는게 아니다.

손을 하늘로 뻗으면, 그걸 신이 보고 비바람을 불게 하고, 바다가 갈라지게 하는 거다.

 

아무튼, 저 글이 올라온 게 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14-06-20 이었고, 그때 나는... 월급이 밀리고 있었다.

외국계 회사라면 설마 이런 식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회사는 월급 지급이 계속 미뤄지고 있었고,

나는 저런 기사를 보면서 마음에 양념촵촵을 했었다.

연봉도 0.2% 올려주는 그런 회사를 계속 다니기 위해,

나는 나보다 더 많이 불쌍한 사람들의 사례를 찾아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7월이 되기 전 크라이텍도 뉴스에 오르락거리기 시작한다.

 

2014년 6월 27일.

As reported earlier this week, CryTek is facing a perilous future. Demand has been slack for its CryEngine, and keeping its Xbox One title Ryse on schedule cost much more than initially expected. Now, Eurogamer is reporting that there are layoffs in certain offices and other staff are departing the company to work at its competitors.

이번주 초에 알려진대로, 크라이텍의 미래는 위험에 직면했다. 크라이엔진의 주문은 늘어지고, 엑스박스 원 타이틀 라이즈의 개발 비용은 초기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그리고 오늘, 유로게이머는 몇몇 스튜디오에서 정리해고가 있었고, 몇몇 멤버는 경쟁 업체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According to a report by Eurogamer, 30 staff have been let go at CryTek’s UK office (its website lists that 130 worked there at one point). These staff were working on CryTek’s upcoming Homefront: The Revolution. Reportedly, some have gone to Cloud Imperium — one of the few licensees of the CryEngine — to work on Star Citizen.

유로게이머에 따르면, 크라이텍 UK 스튜디오의 30명의 스태프가 나갔다고 한다. 그 멤버들은 차기작인 홈프론트:더 레볼루션쪽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중 몇명은 클라우드 임페리움 - 몇 안되는 크라이엔진 라이센스를 구매한 회사 중 하나 - 으로 옮겨서 스타 시티즌 작업을 하고 있다 

One notable departure from CryTek, though he left on his own accord and not by layoff, is managing director Karl Hilton. Eurogamer reports that Hilton departed in late May.

크라이텍에서 주목할 만한 사람 중의 한명, 매니징 디렉터 칼 힐튼이 5월 말에 떠났다고 한다. - 정리해고가 아니라 자진퇴사지만.

It has also been reported that CryTek is struggling to pay staff on time, with one source that spoke to Eurogamer stating that staff have only been paid $1000-$1100 for the past few months.

게다가 크라이텍은 월급이 밀렸고, 지난 몇 달 동안 직원들에게 $1,000에서 $1,100만 지급했다고 유로게이머는 보도했다.

For its part, CryTek has repeatedly refused requests by the press for comment citing that it doesn’t comment on rumors.

이 부분에 대해서, 크라이텍은 소문에 대한 언론의 해명 요청을 거부했다.

2014년 6월 30일.

UK developers of Crytek Received ￡700 Last Month

With all the talks about Crytek’s deep financial trouble, the problem might be worse than we thought it would be. After the reported cancellation of Ryse: Son of Rome and messed the up launch of the Xbox One title, developers moved to Homefront 2. But after 3 months, the future seems bleak for the developers as the company hardly pays them.

The problem goes like this, a total of ￡700 were paid to all of their developers which made them question the company’s current financial status. With all of the company’s developers working on every game that they are making, that amount is not enough even to pay their rents.

According to different sources, employees are supposedly told that the deal was being made with Deutsche Bank to get some money and they are expected to be paid by June 27. Common reasons such as delays can be unseen but until now, they are already losing hope that they will be paid right or even said that it will not happen at all.

Crytek is now in really deep trouble as more and more employees are leaving their post. Currently, they are working on Homefront: The Revolution with 90 members in their helm. Although the development of Ryse: Son of Rome was a total disaster and left more of their developers unpaid, it is hard for Crytek to cut them loose. The jobless developers from Ryse are now migrating to Homefront. This move also made things more desperate now that there are more developers that will be unpaid if the worst hits.

But with the financial crisis that Crytek is facing right now, they cannot let several of their games go to waste just because they are losing developers. Crytek is hiring recruits to fill the posts that their previous employees have abandoned. Though many developers are coming in, more people are still coming out making it more difficult for Crytek to solve this matter.

 

 

그리고 나는 7월에 크라이텍을 퇴사했다. 

게임업계를 은퇴하기 위해서...

멋진 계획과 함께.

 

 

관련링크

http://www.gamecodi.com/board/zboard.php?id=GAMECODI_Talkdev&no=2717&z=6

http://gdf.inven.co.kr/index.php?/topic/269-아카이브-북미-게임-개발자들이-계속해서-정리해고-당하는-이유/

https://vrzone.com/articles/crytek-crisis-layoffs-begin-uk-studio/79763.html

http://www.thebitbag.com/uk-developers-of-crytek-received-700-last-month/8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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