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를 다녔다(2) 게임 잘아는 신입 Vs 게임 안하는 경력

게임회사를 다녔다(2)

게임 잘아는 신입 Vs 게임 안하는 경력

5년 전 밀려버린 월급 때문에 더이상 버틸 수 없어서 게임회사를 퇴사했다.
그리고 굶어죽을 수 없어서 게임기획 강의를 하러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퉤! 잘먹고잘살아라! 나는 게임업계를 떠난다!"였다!

부산으로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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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6개월짜리 취업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으로 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5개월 동안 게임QA 강의만 듣고,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 생초보 신입들만 남아있었다.

게임기획이라고 해놓고 5개월 동안 QA만 가르쳤고, 그리고 한달 남겨놓고 강사 두명이 모두 그만둬버렸다고 한다. 두명다 QA인것도 함정.

한달이라고 해서 강의를 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무슨 절차 때문인지, 2주로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했지만 당시엔 손에 잡히는 게 그것뿐이라 그거라도 잡아야 했다.

그전까지 경험은 2012년 중앙대 게임사관학교에서 두달 MMORPG 밸런스 강의를 했던 걸 빼면, 1일 특강이 대부분이었고, 큰 컨퍼런스에서 강연하는 것이여서, 청중의 이해수준 같은 거 신경 안쓰고 강연했었다.

그런데 눈 바로 앞에 1m도 안되는 거리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학생들이 앉아있고, '돠주샘'이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어서, 2주 안에 최대한 많이 밀어넣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강의를 하다보니 돈을 버는 것보다, 게임을 만드는 것 보다, 가르치는 것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강의도 꽤 했는데... 이런 기분은 처음.

그래서 이 부산 강의가 끝나고 노동부 지원을 받는 직업학교에서도 강의를 했다. 여긴 6개월이었다.
이렇게 장기간 강의를 하다보니 될놈, 안될놈, 되면안될놈들을 만나게 된다.

​될놈의 특징
- 게임 좋아하고 잘 한다.
- 뭔가 물어보면 이야기가 톡톡 잘 튀어나온다.
- 틀리더라도 일단 자기 생각을 말한다.
- 타인과 다른 의견이 많을 때는 수구릴 줄 안다.

​안될놈의 특징 (위랑 반대다)
​- 게임 별로 안좋아하고 다른 짓을 더 많이 한다.
- 물어보면 '몰라요'라는 말 조차 안한다.
- 아는 게 없으나 자기 생각도 없다.
- 아는 건 없지만 자존심은 세다.

​되면안될놈의 특징
- 게임 좋아하지만 잘 하지 못한다.
- 뭔가 물어보면 대답은 잘 하는데, 그게 자기것이 아니라 옆에 있던 애들이 했던 말을 자기 생각인냥 말한다.
- 지식의 깊이가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기 때문에 틀리면 남 핑계댄다. 어디서 봤다거나...
- 자존심 완전 세다.
- 그리고 애들을 모아서 밤에 술먹거나 수업 내용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한다.

근데 저 3번, 만나선 안될놈을 또 다시 게임회사에서 만나게 되는 기회는 상당히 많다. 왜냐하면 주위에서 주워들은 건 많아서 취업을 위해 별애별 방법을 다 사용한다. 그래서 취업도 잘 된다.

처음에는 게임 잘아는 신입으로 취업하지만 결국에는 할 줄 아는 것만 하려고 하고, 새로운 모험은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업무 추진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건 소수의 업무 영역. 게다가 점점 게임도 하지 않는다. 게임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직군인데!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라서, 결국 사람을 상대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안만나고 싶은데, 결국 만났다.

출근하면서 씁쓸해졌다.

"게임회사를 다녔다"에는 게임업계 그만두고 멋지게 살던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자꾸 현실과 겹쳐져서 내용이 짬뽕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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